일 년에 딱 몇 주만 살아나는 거리가 있어요. 르엉느혹(Luong Nhu Hoc)이 그런 곳이에요.
열한 달 동안은 쩌런, 그러니까 사이공 차이나타운의 평범한 골목이에요. 좁은 상가 주택이 빽빽하고, 여행자가 굳이 걸어 들어갈 이유는 없는 길이죠. 그러다 음력 8월이 시작되면 골목 전체가 한꺼번에 불을 켜요. 잉어, 별, 옥토끼, 나비. 수천 개의 등이 가게 앞부터 발코니까지 빽빽하게 걸리고, 도시 전체가 이 거리로 몰려와요.
2026년 베트남 중추절(뗏 쭝투)은 9월 25일 금요일이에요. 등불 시즌은 대략 9월 11일부터 시작돼요. 아이 손에 마트에서 파는 플라스틱 등 대신 진짜 손으로 만든 등을 쥐여주고 싶다면 가볼 만해요. 다만 어느 날 저녁에 가느냐가 경험의 거의 전부를 결정하는데, 그 이야기는 글 끝에 정리했어요.
반세기 넘은 화교의 손일
르엉느혹은 사이공에서 화교가 가장 오래 정착한 동네 한복판에 있어요. 이곳에서 등을 손으로 만들어온 지 반세기가 넘었고, 이 도시 사람들 몇 세대의 어린 시절 기억이 걸려 있는 거리예요.
평범한 등 판매점과 다른 점은, 여기가 파는 곳이자 만드는 곳이라는 데 있어요. 많은 집이 1층은 가게, 그 위층은 작업장이에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잉어나 별 모양 틀을 잡고, 색깔 셀로판을 붙인 다음 하나하나 손으로 그려요.
셀로판 등은 오래 쓰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에요. 한 계절짜리예요. 그래서 오히려 더 아끼는지도 모르겠어요.
최근 몇 년 사이 거리의 성격이 바뀌었어요. 2025년 중추절에는 쩌런 구역에서 응우옌안 사거리에 무대를 세우고 정식 개막식을 열었어요. 자연발생적인 시장이 아니라 관이 운영하는 문화 관광 공간이 된 거예요. 차단봉이 세워지고 오토바이가 통제되면서 길이 보행자에게 넘어갔어요. 얻은 것과 잃은 것이 같이 있어요. 더 안전해졌지만 더 붐비고, 조금 더 연출된 느낌이 나요.
한 거리에 있는 두 세계
중심 구간을 걷다 보면 가판이 두 종류로 확실히 나뉘어요.
한쪽은 전통 셀로판 등이에요. 별, 잉어, 옥토끼. 사는 사람은 대부분 부모나 나이 든 손님이에요. 자기가 어릴 때 들었던 것과 같은 걸 아이 손에 쥐여주고 싶어서 사요.
다른 쪽은 건전지 등이에요. LED가 반짝이고, 음악이 나오고, 바퀴가 달리고, 도라에몽이나 피카츄가 찍혀 있어요. 아이들이 먼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건 이쪽이에요. 2025년에는 라부부 모양 등도 나왔고, 빨간 바탕에 노란 별이 들어간 국기 디자인이 특히 잘 팔렸어요.
상인들은 이 대비를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아요. 손으로 만든 등도 찾는 손님이 있어서 두고, 새 물건도 찾는 손님이 있어서 들여와요. 같은 좌판 위에 둘 다 놓여 있어요.
평일의 거리와 보름 전날의 거리
등을 파는 구간은 응우옌짜이와 쩐흥다오 사이 몇백 미터에 불과하고, 가판은 스무 곳 남짓이에요. 짧기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가 전부를 좌우해요.
음력 8월 첫째 주에는 등은 이미 켜졌는데 사람은 아직 적어요. 천천히 걸으면서 가판을 하나씩 보고, 값을 묻고, 다른 사람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편안한 쪽의 거리예요.
보름이 가까워지면 완전히 달라져요. 매일 저녁 수천 명이 몰리고, 한 걸음씩 밀려 가고, 지나친 가판으로 되돌아가는 게 정말 어려워요. 축제로서는 여전히 즐겁지만 2주 전과는 아예 다른 경험이에요.
등은 해질 무렵부터 켜져요. 가장 붐비는 시간은 19시에서 21시, 주말은 훨씬 심해요.
등 가격
2025년 시즌 기준이에요. 원화는 대략 환산한 값이고, 베트남 동은 0을 하나 떼고 반으로 나누면 원화에 가까워요.
- 보통 크기, 수제와 플라스틱 모두: 3만에서 8만 동, 약 1,500원에서 4,000원
- 크고 공들인 셀로판 수제 등: 수십만 동, 약 1만원에서 2만원
- 대형이거나 정교한 작품: 100만 동 가까이, 약 5만원
혹시 1만 5천에서 5만 5천 동이라고 적힌 안내를 보셨다면 그건 2023년 가격이에요. 여행 사이트끼리 서로 베끼면서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숫자예요.
흥정은 가능하지만 세게 하지는 마세요. 기념품 시장이 아니라 한 동네의 손일이고, 만 동은 여행자에게는 하룻저녁이지만 만드는 사람에게는 한 시즌의 이익이에요.
가는 법과 주차
주소는 호치민시 쩌런 구역 르엉느혹 거리, 응우옌짜이와 쩐흥다오 사이 구간이에요. 예전 5군인데, 2025년 7월 1일자로 군 단위가 폐지돼서 오래된 지도와 글에는 아직 옛 이름이 남아 있어요. 입장료는 없어요.
1군에서는 벤탄 시장 서쪽으로 그랩을 타면 금방이에요. 한국 번호로도 그랩 가입이 잘 돼요. 다만 저녁 시간대 정체가 심해서 앱이 처음 알려주는 시간보다 넉넉하게 잡으세요.
대부분의 안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어요. 이제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2025년부터 차단봉을 세우고 길 전체를 보행자에게 내줬어요. 밖에 세우고 걸어 들어가야 해요.
오토바이를 빌려서 가신다면 여기를 주의하세요. 거리 주변에 오토바이 보관소가 열 곳 넘게 있는데, 2025년 시즌에 뚜오이째 신문이 여러 곳에서 오토바이 한 대에 2만 동을 받는 것을 확인했어요. 이후 쩌런 구역 당국은 그 요금이 규정 위반이며 점검하고 조치하겠다고 밝혔어요.
그러니 오토바이를 맡기기 전에 가격을 묻고 표를 받으세요. 찾을 때 알게 되면 늦어요.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대체로 더 싸고, 어차피 걸어 들어가야 해요.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 가장 좋은 저녁: 9월 11일에서 20일 사이 평일, 18시에서 19시쯤. 등은 켜졌고 사람은 아직 적어요.
- 피할 때: 토요일 저녁과 보름 직전 이틀. 축제의 인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요.
- 아이와 함께라면: 17시 30분에서 18시 30분 사이에 도착하고, 거리를 다 돌고 되돌아오기보다 도착하자마자 등을 고르게 하세요. 붐빌 때 이 동네는 휴대폰 신호가 잘 끊기니 만날 장소를 미리 정해두세요.
- 사진: 찍고 싶은 가판에서 작은 등 하나를 사세요. 이삼천원이면 되고, 손에 들 소품도 생기고 예의도 돼요. 구도를 위해 상인의 진열을 옮기지 마시고, 상인 얼굴을 가까이 찍을 때는 먼저 물어보세요.
- 챙길 것: 소액 현금, 그리고 가방은 앞으로 메세요. 일부 보관소가 인도를 차지해서 보행자가 차도로 밀려나니, 쩐흥다오 쪽과 응우옌짜이 모퉁이에서는 아이 손을 꼭 잡으세요.
- 먹을 것: 주변 쩌런 골목에서 수이까오(중국식 만두), 미빗띠엠(오리 국수), 중국식 디저트 수프를 늦게까지 팔아요.
아쉬운 점
거리가 짧아요. 중심 구간을 걷는 데 10분이면 되고 나머지는 사진과 쇼핑이에요. 넓은 축제장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해요.
보름 가까운 주말에는 시끄럽고 빽빽해요. 천천히 산책할 곳은 아니에요.
그리고 워낙 많이 찍힌 곳이라 웬만한 각도는 이미 다 나와 있어요. 평일에 일찍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정리
르엉느혹은 웅장한 관광지가 아니에요. 일 년에 두 주 동안 불을 켰다가 다시 평범해지는 작은 작업 거리예요.
보름 전 평일에, 19시 전에 도착해서, 표를 받고 오토바이를 맡기고, 아이에게 셀로판 등 하나를 사주세요. 그렇게 다녀오면 사이공에서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저녁 중 하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