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원으로 호치민 전체를 돌았습니다 — 사이공 메트로 1호선, 내려야 할 역만 골랐습니다

2,200원으로 호치민 전체를 돌았습니다 — 사이공 메트로 1호선, 내려야 할 역만 골랐습니다

VietNamReviews Ho Chi Minh City

먼저 숫자 하나만 보고 가세요. 40,000동, 한화로 약 2,200원입니다.

서울에서 지하철 두 번 타는 값도 안 됩니다. 그런데 이 돈이면 호치민 메트로 1호선을 하루 종일 무제한으로 탈 수 있습니다. 14개 역, 약 20km, 겉옷이 필요할 정도로 강한 에어컨, 그리고 동남아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스카이라인을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좌석까지 전부 포함해서요.

그런데 아직도 많은 한국인 여행자가 이 노선을 모릅니다. 인천에서 5시간 반 날아와서, 그랩을 부르고, 하노이 고속도로(Xa Lộ Hà Nội) 위에서 50분을 앉아 있다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메트로를 한 번도 올려다보지 않습니다.

그런 여행은 이번엔 하지 마세요. 🚇


🚇 사이공이 조용히 만들어낸 것

메트로 1호선(벤탄 ↔ 수오이띠엔)은 2024년 12월 22일에 개통했습니다. 원래 계획보다 12년 늦었습니다.

그 12년 동안 이 노선은 호치민 시민들 사이에서 반쯤 농담거리였습니다. 파헤쳐진 도로, 계속 밀리는 완공일, “내가 은퇴하기 전에 열차가 다니긴 할까” 하는 체념까지요.

그러다 정말 열차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총 19.7km에 14개 역. 그중 앞의 세 역 — 벤탄, 오페라하우스, 바손 — 은 지하이고, 베트남 최초의 지하철 터널입니다. 나머지 열한 개 역은 전부 고가입니다. 여행자에게 중요한 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바손을 지나면 열차가 지상으로 올라와서, 남은 열한 정거장 동안 도시 위 2층 높이를 미끄러지듯 달립니다.

일본 ODA 자금으로 지어졌고 히타치 전동차를 씁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묘합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춥고, 다들 말없이 휴대폰만 봅니다. 서울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첫 5분 만에 “아, 이거 익숙한 공기다” 싶을 겁니다.

개통 첫해에 1,900만 명 이상이 이용했고, 하루 평균 약 5만 2천 명이 탑니다. 예상치를 훌쩍 넘긴 수치입니다. 2호선은 2026년 1월에 착공했지만, 현실적으로 2030년은 되어야 열립니다. 그러니까 지금 “호치민 메트로”라고 하면 곧 1호선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객차 안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매연도, 느억맘도, 달궈진 아스팔트 냄새도요. 호치민에서 그 ‘무취’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감각입니다.


💸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조금 어이없어집니다

1회권은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집니다.

  • 🎫 현금 1회권: 7,000 ~ 20,000동 (약 400 ~ 1,100원)
  • 🎫 카드 1회권: 6,000 ~ 19,000동 (약 350 ~ 1,050원)
  • 🎫 1일권: 40,000동 (약 2,200원) — 무제한
  • 🎫 3일권: 90,000동 (약 5,000원) — 무제한
  • 🎫 정기권(30일): 300,000동 (약 16,800원)

한 번 더 짚고 갈게요. 시내 구간 한 정거장 이동이 반미 한 개(약 25,000동, 1,400원)의 절반도 안 됩니다. 벤탄에서 타오디엔까지 가도 노점 카페쓰어다 한 잔(약 30,000동, 1,700원)보다 쌉니다.

그리고 1일권에는 한국 여행자들이 자주 놓치는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이 권은 ‘그날 자정까지’가 아니라 첫 태그 시점부터 24시간입니다. 화요일 오후 4시에 개시하면 수요일 오후 4시까지 유효합니다. 2,200원짜리 한 장으로 이틀치 오후를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비교해 볼까요. 퇴근 시간대에 시내에서 타오디엔까지 그랩 자동차를 부르면 보통 100,000동(약 5,600원)을 훌쩍 넘고, 시간은 세 배 걸립니다. 메트로가 편안함에서 그랩을 이기진 못합니다. 다만 가성비에서는 상대가 안 됩니다.


🎫 표 사는 게 사실 제일 어렵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칭찬을 잠깐 멈추고 솔직해지겠습니다. 티켓 시스템이 이 노선에서 제일 허술한 부분입니다.

모든 역에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종류의 발권기가 있는데,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 알려주는 안내가 사실상 없습니다.

낮고 평범하게 생긴 기계는 현금 전용입니다. 100,000동권까지만 받습니다. 200,000동, 500,000동권은 안 받습니다. 하필 현지 ATM이 한국 카드로 인출할 때 잘 뱉어내는 고액권들이죠. 구겨진 지폐도 싫어하니 미리 펴두세요. 요금에 따라 소액 보증금이 붙은 플라스틱 카드가 나오는데, 사용 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습니다.

키가 크고 하얀 기계는 해외 카드와 현지 전자지갑(MoMo, ZaloPay, ShopeePay)을 받고, QR코드가 인쇄된 종이 티켓을 뱉습니다. 그런데 이 QR을 읽히는 스캐너가 개찰구 아래쪽에 달려 있어서 처음엔 절대 못 찾습니다. 티켓은 접지 마세요. 구겨진 QR과 뒤에 늘어선 줄의 조합은 상당히 괴롭습니다.

이걸 전부 우회하는 방법이 셋 있습니다.

✅ 그냥 신용카드를 태그하세요. 비자, 마스터카드가 개찰구에서 바로 됩니다. 들어갈 때 태그, 나올 때 태그, 요금은 자동 계산. 발권기 자체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단 1회권에만 적용되고 1일권에는 안 됩니다. 그리고 메트로 측이 이 기능을 거의 홍보하지 않아서 아는 사람이 적습니다. 한국 여행자에게는 사실상 최선의 방법입니다. T머니 같은 걸 따로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1일권·3일권은 앱으로 사세요. 앱 이름은 HCMC Metro HURC이고 iOS·안드로이드 모두 있습니다. 해외 카드 결제가 되고 티켓이 QR코드로 저장됩니다. 휴대폰 화면은 구겨지지 않으니까요. 다만 결제 과정에서 화면이 영어와 베트남어를 오갑니다. 티켓을 받으면 그 화면을 캡처해두세요.

✅ 직원에게 물어보세요. 역마다 직원이 상주해 있고, 발권기 앞에서 헤매는 외국인을 도와주는 데 아주 익숙합니다. 민망해할 일이 전혀 아닙니다. 그 시간대에 헤매는 사람이 당신 혼자는 아닐 겁니다.


🗺️ 14개 역, 내릴 곳과 지나칠 곳

서쪽에서 동쪽 순서입니다. 솔직하게 나누겠습니다.

내리세요

[L1-01] 벤탄 (Bến Thành) — 노선의 시작점이자, 앞으로 개통될 모든 노선이 만나게 될 환승 허브입니다. 벤탄시장이 바로 앞이고, 배낭여행자 거리 부이비엔은 서쪽으로 도보 거리입니다. 대부분 그냥 지나치는 호치민 미술관도 몇 블록 안에 있습니다. 지하 콘코스가 지금은 지나치게 넓고 텅 비어 보이는데, 5년 뒤엔 그 느낌이 사라질 겁니다.

[L1-02] 오페라하우스 (Nhà Hát Thành Phố) — 첫 호치민 여행이라면 가장 쓸모 있는 역입니다. 올라오면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시내 한복판입니다. 오페라하우스, 응우옌후에 보행자 거리, 카페 아파트먼트, 노트르담 성당, 중앙우체국이 전부 걸어서 닿습니다. 출구 하나는 명품 쇼핑몰 안으로 바로 이어지는데, 반바지에 샌들 차림이면 살짝 민망합니다.

[L1-03] 바손 (Ba Son) — 옛 프랑스 조선소 자리입니다. 지금은 고층 건물과 바손 대교가 들어섰습니다. 여기서 볼 것은 강변입니다. 사이공강을 따라 난 산책로가 넓고 바람이 잘 통하고, 수면 높이에서 스카이라인이 보입니다. 일부 구간은 아직 공사 중이지만 다리 펴기 좋은 10분짜리 정차입니다.

[L1-04] 반탄공원 (Công Viên Văn Thánh) — 첫 번째 지상 역이자, 이 노선이 재미있어지는 지점입니다. 선로 바로 아래에 반탄공원이 있습니다. 연못과 그늘, 그리고 근처에 시내에서 손꼽히는 공공 수영장이 있습니다. 늦은 오후에 가세요.

[L1-05] 떤깡 (Tân Cảng) — 베트남 최고층 빌딩 랜드마크81과 빈홈 센트럴 파크입니다. 다만 미리 알려드리면, 두 역 모두 빈홈까지 제대로 된 보행 육교가 없습니다. 고가도로 밑을 돌아 차선을 건너야 합니다. 걸어가는 난이도만 보면 오히려 앞 역인 반탄공원 쪽이 낫습니다.

[L1-06] 타오디엔 (Thảo Điền) — 강 건너편, 호치민의 외국인 거주 구역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이태원이나 한남동 같은 동네라고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카페, 강변 바, 아트 스페이스, 그리고 시내에서 수준 있는 중고가 레스토랑이 몰려 있습니다. ‘베트남스러움’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합니다. 음식과 강바람을 목적으로 가세요.

[L1-07] 안푸 (An Phú) — 북쪽 출구가 빈컴 메가몰과 바로 연결됩니다. 다만 진짜 이유는 남쪽 출구 방향의 팝비엔 민당꽝 사원(Pháp Viện Minh Đăng Quang)입니다. 여러 층으로 솟은 불교 사원 단지인데, 쇼핑몰과 고속도로 소음 한가운데서 이만큼 조용하게 인상적인 곳은 이 노선에 몇 없습니다.

[L1-11] 투득 (Thủ Đức) — 저희가 미는 숨은 정거장입니다. 투득 시장 주변에는 아직 옛 남부 소도시의 리듬이 남아 있습니다. 낮은 상점들, 정돈되지 않은 노점, 유리 타워가 없는 풍경. 이번 여행에서 메콩델타까지는 못 간다면, 여기서 한 시간 걷는 것으로 그 결을 조금 맛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투득시’는 202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호치민시에 흡수돼 사라졌습니다. 오래된 가이드북 지도와 이름 체계가 다를 수 있습니다.

[L1-13] 국립대학교 (Đại Học Quốc Gia) — 학생들의 에너지, 저렴한 먹거리, 그리고 길 건너편이 수오이띠엔 테마파크입니다. 수오이띠엔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거대한 신화 속 인물 석상, 용, 물놀이 시설 — 디즈니를 흉내 낸 구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 동반 가족이 가장 크게 즐길 곳입니다. 입장권이 콤보 구조로 복잡하고 시즌마다 바뀌니, 가시는 날 아침에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저희 글 포함해서 어떤 블로그의 가격도 그대로 믿지 마시고요.

지나치세요

[L1-08] 락찌엑 · [L1-09] 프억롱 · [L1-10] 빈타이 · [L1-12] 하이테크파크 — 공장, 컨테이너 야적장, 노동자 주거지, 통근 주택가입니다. 창밖으로 보는 건 꽤 흥미롭지만, 고속도로 옆을 땀 흘리며 걸어 나가서 얻을 게 많지 않습니다. 프억롱 승강장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화물 야적장 풍경이 이 구간 최고인데, 그건 자리에 앉은 채로 볼 수 있습니다.

[L1-14] 수오이띠엔 터미널 (Bến Xe Suối Tiên) — 이름과 달리 테마파크 가는 역이 아닙니다. 신 동부 버스터미널(Bến Xe Miền Đông Mới) 앞 역입니다. 달랏이나 나트랑으로 가는 장거리 버스를 탈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택시로 한 시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신 20,000동(약 1,100원)에 터미널까지 가는 것 — 1호선이 준 가장 실용적인 선물 중 하나입니다.


☀️ 저희라면 이렇게 하루를 씁니다

1일권 40,000동을 먼저 사세요. 그다음은,

🌅 08:00 — 벤탄에서 출발. 더위가 올라오기 전에 시장 뒷골목에서 커피와 국수 한 그릇.

🏛️ 09:30 — 한 정거장, 오페라하우스. 노트르담 성당, 중앙우체국, 책거리, 카페 아파트먼트. 천천히 걸으세요.

🌊 11:30 — 바손. 강바람, 스카이라인 사진, 그리고 정오의 햇빛이 이기기 전에 다시 지하로.

🍜 12:30 — 타오디엔에서 점심. 여기가 지상 구간에서 가장 길고 좋은 구간입니다. 동쪽으로 갈 때 오른편에 앉으세요.

🛕 14:30 — 안푸. 사원. 서늘한 돌바닥과 정원, 그리고 위층에서 내려다보는 빌딩 사이의 메트로.

🏘️ 16:00 — 투득. 시장 산책, 짜다 한 잔, 진짜 생활의 풍경.

🌆 17:30 — 해가 기울 때 서쪽으로 돌아오세요. 하루 중 가장 좋은 15분이고, 추가 요금이 0원입니다.

교통비 총합: 40,000동. 공항에서 생수 한 병 값입니다.


⚠️ 한국인 여행자가 특히 알아야 할 것들

✈️ 공항에는 메트로가 안 갑니다. 떤선녓 공항은 1호선과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천이나 부산에서 도착한 직후, 혹은 출국일 아침에 메트로를 계획에 넣지 마세요. 그랩이나 택시를 잡아야 합니다.

🇰🇷 한인타운도 노선 밖입니다. 푸미흥(7군)은 1호선과 완전히 다른 방향입니다. 숙소를 한인타운에 잡으셨다면 메트로는 ‘숙소 교통편’이 아니라 ‘관광용 하루 티켓’으로 쓰는 게 맞습니다. 반대로 1군 근처에 묵으신다면 활용도가 확 올라갑니다.

🕔 막차가 생각보다 이릅니다. 첫차 05:00, 막차는 월~목 22:00, 금~일 23:00입니다. 타오디엔에서 저녁을 길게 보낼 계획이면 돌아올 그랩 비용을 따로 잡아두세요.

🌃 낮에 타세요. 어두워지면 객차 조명이 너무 밝아서 창문이 거울이 됩니다. 그 유명한 고가 구간 전망이 거의 사라집니다. 밤 열차는 이동용, 낮 열차는 풍경용입니다.

🚶 도보 접근성이 약점입니다. 일부 지상역은 내리면 바로 고속도로 옆이고, 횡단보도가 적고 인도가 좁습니다. 내리기 전에 목적지까지 실제로 걸어갈 수 있는지 지도로 한 번 확인하세요.

⏱️ 배차는 약 10분 간격입니다. 미리 시간표를 볼 정도는 아니지만, 한 대 놓치면 체감이 꽤 됩니다. 아침과 늦은 오후 러시아워에는 제대로 붐빕니다.

🚻 모든 역에 화장실, 직원,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밖에서 찾기 어렵고 안에서는 쉽습니다. 입구 안내도에 위치가 표시돼 있습니다.

🧥 얇은 겉옷 챙기세요. 에어컨 이야기, 농담이 아닙니다.


💬 현지에 사는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

1호선이 호치민의 교통 체증을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애초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인구 천만에 가까운 도시에서 동쪽 축을 관통하는 노선 하나는 해결책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발권 시스템은 어설프고, 길가 안내판은 거의 보이지 않고, 어떤 역에서는 볼 만한 곳까지 가려면 고속도로 옆을 걸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호치민에서 3~4일을 보내는 여행자에게 이건 이 도시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경험입니다. 비교 대상이 없습니다. 2천 원 남짓으로 하루치 이동, 시원하게 앉을 자리, 그리고 자기 자신을 다시 짓고 있는 도시를 3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생깁니다. 새 타워 옆의 오래된 사원, 고급 주거단지 옆의 컨테이너 야적장이 눈높이에서 지나갑니다.

한 가지 더. 국립대로 향하는 학생들, 투득으로 퇴근하는 사람들과 같은 객차에 앉아 있으면, 어떤 투어 버스 코스로도 볼 수 없는 이 도시의 얼굴이 보입니다. 12년이나 늦었지만, 이곳 사람들이 이 열차를 조용히 자랑스러워한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걸 건너뛰면 돈은 더 쓰고, 본 건 더 적고, 휴가의 상당 부분을 앞차 헬멧 뒤통수를 보며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어느 역에서 내리실 건가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혹시 락찌엑에서 괜찮은 곳을 찾으셨다면, 저희가 정말 궁금합니다. 👇


요금과 운행 시간은 2026년 8월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원화 환산은 1,000동 ≈ 56원 기준이며 환율에 따라 달라집니다. 메트로 요금 체계는 블로그 수정 속도보다 빠르게 바뀌니, 실제 요금은 HCMC Metro HURC 앱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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